제1장 도사클의 탄생
2067년, 포모
쾅!
거칠게 문 닫는 소릴 보니 어김없이 짤롱 녀석, 최종면접에서 또 떨어지고 온 모양이다.
“위고! 아무래도 난 더이상 못해먹겠다. 돈도 쥐꼬리만큼 주는 회사인데 최종면접에 수십명이나 왔더라. 에휴, 로봇들이 일자리 다 차지한 마당에 무슨 한탄을 더 하겠냐만은.”
“그러게, 우리처럼 포기하면 마음 편해진다고 했잖아 bro. 저기 라이카 취준 포기하고 머리카락 다시 수북해진 것 좀 봐. 이비는 피부가 어우.. 빛이 난다 빛이 나.”
“으이구.. 그래 친구라고 참 좋은 조언 해주는구나. 너희 하던 프로젝트는 잘 되가? 나 이제 본격적으로 백수 될 참인데 거기 좀 껴줘. 뭐라도 해야지.”
할머니가 물려준 이 옥탑은 내가 가진 전부이다. 어려서부터 나(위고), 이비, 라이카, 대쉬, 짤롱은 이곳에 모여 재밌는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뭐 한 때는 큰 일을 할 법한 총명한 인재들 소리도 듣긴 했었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모두. 백수다.
소프트 로보틱스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온 세상은 자동화의 흐름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뭐 이런 흐름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래도 짤롱이 축 쳐진 건 역시, 신경 쓰인다. 아무래도 이제 우리 프로젝트를 짤롱에게도 알릴 때가 왔다.
(위고가 짤롱의 어깨를 툭 치며) “헤이 메잍, 기운 내. 그러지말고 다같이 맥주나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해보자고.”
<5인방의 단골 펍>
여긴 주인장은 x-null 이라는 로봇이다. 로봇이 일자리를 다 차지했다고 한동안 불만을 토로했던 우리이지만 확실히 사람보다 나은 구석이 있다. 먼저 주인장이 힘이 세서 아무도 분란 일으킬 생각을 못한다. 고로 펍의 질서가 유지된다. 둘째는 로봇답게 계산이 완벽해서 다른 곳에서 처럼 돈 떼어먹힐 일이 없다. 셋째, 나름 정이 있다. 맥주 4잔을 시키면 한잔은 서비스로 준다. 우리 백수들에게 안성맞춤 펍인 것이다.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 라이카가 신난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짤롱, 놀라지 말고 들어. 우리 프로젝트 나름 첫 스타트가 좋아. 어느 날엔가 우리 넷은 여느 때처럼 코인 거래소에 얼쩡거리면서 트레이딩 중이었어. 근데 그 날이 마침 마더코인(주류코인)이 대 떡락하는 날이었던 거지. 그 날 너도 기억나지? 왜 그 블랙 먼데이인가 그랬잖아”
짤롱이 흥미로운 눈으로 끄덕거린다. 그러자 맥주 한 잔을 원샷한 대쉬가 끼어든다.
“그때 위고가 트레이더들 표정 변화라며 이런 저런 캐릭터들을 끄적이는거야. 아 난 그게 왠지 마음에 들더라고. 그래서 이비한테 이거 좀 구체화 시켜서 픽셀아트로 그려보자고 했지! 아니, 그냥 두기 아까우니까 그려서 팔아보자고! 근데 그게 의외로 반응이 너무 좋은거야 크크 지금도 꽤 팔렸어 봐바.”
“야 너희들.. 이게 말이 돼? 이렇게 팔렸다고? 계속 이대로라면 금방 부자되겠는데? 우리 부자되면 옥탑방 탈출하는거야? 매일 비싼 술에 파티도 하고?! 슈퍼카도 한대 장만해야지!!”
또, 또 짤롱이 오버하기 시작한다. 라이카는 전력조달장치 사양부터 바꿔야 한다고 야단이고 이비는 cpu 사양부터 바꾸자고 난리. 어려서부터 한결같이 온갖 개소리들이 난무하는 우리들.
“짤롱, 이게 끝이 아니야. 우리가 만든 커뮤니티로 사람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한발 더 나아가서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보려고. 그 트리거 역할로 우리 커뮤니티 토큰을 발행해보려고 하는데 코딩을 나 혼자하는 건 아무리 봐도 좀 무리야.”
대쉬는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어지고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 흠. 그런데 아까부터 무표정으로 우리 앞을 지키고 있던 x-null 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로봇 음성) 위..위고.. 그. 코딩이라는 것. 나도 좋아하는데. 같이 할 수 있을까.?”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찰나의 아이컨택과 동시에 벌떡 일어난다. 오늘 밤부터 대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6인방은 10개월 동안 위고의 옥탑에서 코딩하며 그들의 토큰인 믹스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킨다, x-null 이 합류한 뒤로 무한 맥주가 제공되고 있다. 펍은 동생인 s-null 이 대신 맡고 있다.)
까리한 로파이 음악을 백색소음 삼아 다들 코딩 중인데, 이비가 소리를 지르며 모두를 불러모은다. 어우 저 하이톤의 목소리. 한번 들으면 무시할 수가 없다.
“끼야호오오오오!!! 다들 이리 좀 와봐!! 드디어 믹스가 10달러를 돌파했어!!! 우리 정말 대박난거야!!!!”
다들 신나서 웃고 떠드는 사이. 난 혼자 얼떨떨한 느낌이다. 모두가 전재산을 들이부어 성장시킨 이 프로젝트가 이렇게 성공적일 줄은 몰랐는데. 10달러면 믹스 초기 가격의 100배가 넘는다. 그야말로 대.성.공. 모두가 성공의 분위기에 취해있는 사이 라이카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한다.
“(위고와 대쉬에게 어깨 동무 하며 모두를 바라본다) brosssss… 우리 돈도 좀 벌게 됐는데, 이런 싸구려 스피커 말고 좀 더 빵빵한 곳에서 음악 좀 즐기는 거 어때? 파티도 하고 비싼 술도 마시고 인생 후회 없이 살아보자 my mate들아!! ”
“프라이빗한, 우리들만을 위한 나이트클럽 어때?!”
이비의 물음에 하나같이 만장일치. 이런 파티광들. 이름은 뭘로 하지 고민하던 찰나에 난 사뭇 진지하게 제안한다.
“우리들의 개소리를 실현시켜줄, 도지사운드클럽. 어때?”
줄여서 도사클. 전설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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