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이계에서 온 친구들

(옥탑에 모여앉은 6인방, 하나같이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다)

“라이카.. 그러니까 이게 니모닉 12단어를 기억해내지 못하면 그림의 떡 이란 소리지..?”

대쉬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말투로 라이카에게 묻는다. 우리 6인방은 10년동안 긴 잠에서 깨어난 뒤로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 그 중 하나는 니모닉 12단어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어봤지만 x-null 의 메모리에도 니모닉 12 단어는 남아있지 않다. 자그마치 천만 클레이인데.. 그 돈이면 우린 크로니움에 맞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삑삐비 빅”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는 이비와 x-null. 둘은 오랜만에 바람을 쐬고 와서인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니모닉을 복기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 우리 넷을 보며 x-null 이 말한다.

“그거. 모여서. 복기한다고 복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깐. 그러지 말고 우리랑 자전거나 타러 다녀오자고 했잖아.”

“에효. 그러게. 우리끼리 이러고 있으면 뭐하냐! 좋게 좋게 생각하자고. 담배나 한대씩 피고 x-null 말처럼 위고네 자전거 수리점이나 다녀오자. 위고, 자전거 상태 괜찮은 놈들 있긴 하지?”

짤롱의 말에 난, 고치던 자전거 중 쓸만한 게 있었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 서글퍼지려던 찰나, 밖에선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생각으로 날씨를 조종하는 걸까? 물론 개소리.

다같이 둘러앉아 허연 도넛을 만들어 내는 동안(물론 x-null은 불가하지만), 이비가 슬쩍 창문을 열어둔다. 빗소리를 듣고 싶다나 뭐라나.

“아!! 뭐 재밌는 일이라도 생기면 좋겠다. 비도 오는데, 로파이 좀 틀어줘 대쉬.”

“오케이.”

이비의 말에 대쉬는 새 스피커를 주문했다며 대문을 활짝 열고 택배상자를 옮긴다. 그러던 도중 맞은편 뒷산에서 무언가 번쩍이는 빛을 내며 추락하는 것이 보인다. 주의해서 듣지 않으면 거센 빗소리인지 번개소리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법한 적당한 소음도 들린다. 우리 여섯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뒷산으로 향한다.

“뭔가 심상치 않은데. 다들 봤지? 평범한 비행물체는 아닌 것 같아. 도대체 뭘까?”

“아무래도 UFO 같아. 자세한 건 현장에 가서 확인해봐야 알 것 같고.”

내 물음에 x-null 은 생김새나 굉음 등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조사해본다. 듬직하군.

추락장소에 도착하자, 납작한 정삼각형 모양의 금속체가 엄청난 속도로 추락한 흔적이 나타났다. 외관상으로 볼 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추진장치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표면이 빈틈없이 매끄럽다. 아마 이계의 UFO 로 보이는데 반중력추진장치를 쓰는 듯 보인다. 곧이어 UFO 앞쪽에서 입구가 열린다. 그리고 처음보는 생물체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낸다. 내 무릎정도 오는 키에 귀여운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그 외계생물체들은 주저하지 않고 우리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작은 몸집치고 제법 걸음 속도가 빠르다. 거리가 2미터 정도로 좁혀지자, 제일 앞장 서 있는 녀석이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을 건내오기 시작한다.

“도지 클럽의 메이트들인가? 들어본 적 있어. 크로니움에게 당하고 용케도 살아남았군.”

귀여운 생김새와는 다르게 굉장히 근엄한 목소리다. 왠지 위축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상당히 우호적으로 보인다.

“혹시 우리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추진장치 연료가 다 소진됐어. 115번 원소가 필요해. 우린 시뮬레이션이나 로켓 관련한 꽤 쓸만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으니 어쩌면 너희를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고”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 뒤로 조심성 많은 네마리의 무리들이 주위를 살피고 있다.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최신식 우주 장비를 보니 대장 녀석의 말이 헛소리는 아닌 듯 하다.

저 녀석들의 기술력이라면 니모닉을 복기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다른 바이어스들을 보아하니 모두들 동의하는 눈빛이다.

“좋아. 원소 찾는 건 여기 x-null 이 도와줄 수 있을거야.”

x-null 과 대장녀석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금방 친해진 듯 보인다. 그의 이름은 비보이, 나머지 녀석들은 왼쪽부터 차례대로 비어베어, 키도, 락로그 그리고 믹스캣. 역시나 무진장 귀여운 이름이다. 원래 알던 사이였던 것처럼 친근감이 든다. 아까부터 새로운 인연을 만나 들떠있는 짤롱이 말한다.

“저기, 이계에서 온 너희들. 우리가 너희를 이메이트라고 불러도 될까? 친구가 된 기념으로 말이야.”

“아무렴.”

비보이, 대장 녀석은 상당히 시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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