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수상한 선물
도지사운드클럽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두가지 있다. 바로 음악과 술!
먼저 음악, 현재의 도사클 빌딩으로 들어오기 전 우리는 센트럴 구역 no.4 에 위치한 허름한 건물 지하에서 클럽을 운영했다. 그 때만 해도 규모가 크지 않았으니 대쉬가 디제이를 하며 어찌저찌 감당할 수 있었지만, 현재의 규모는 감당하기 쉽지 않다. 대쉬는 현재 x-null 과 함께 도사클 소프트웨어 개발팀의 총 책임자가 되어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문 디제이를 고용하게 되었고,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토요일 밤이면 화려한 클럽 파티가 열린다. 일하다 머리 식히러 잠시 들리기에 최적.
다음으로 술, 빵빵한 음악에 술이 빠지면 섭하지. 즐거움은 자고로 증폭시켜야 하는 법. 도사클을 센트럴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s-null과 그의 펍도 함께 이전하게 되었다. 우린 이것 저것 포기해도 포모의 추억이 담긴 술맛만은 두고 올 순 없었으니까. s-null 의 펍은 와인, 위스키, 맥주, 칵테일 등등 모든 종류의 술을 취급한다. 취향이 제각각인 클럽 메이트들의 입맛을 맞추기에 s-null 펍 만한 곳이 없다. 항상 정시에 주문한 수량을 정확히 배달해주고 세팅하는 서비스까지. null 형제와 인연을 맺은 뒤로, 우리들은 모두 로봇 러버가 되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기 후문에 s-null 의 트럭이 보인다.
“여어 null bro ! 오늘도 역시 정시에 도착했네. 한치의 오차도 없군. 모두들 기다리고 있어. 어서 들어가자!”
“항상. 그렇지. 위고. 오늘은 위스키가 아주 좋아. 오늘 6인방끼리 클럽 2주년 파티한다고 했지? 내가 최상급 위스키로 몇 병 준비해서 넣어뒀어. 올라가서 보여줄게.”
탑층인 53층엔 우리들만의 펜트하우스가 위치해있다. 도사클 빌딩에 들어온 뒤로 우린 다같이 이곳 탑층에서 거주하며 지내고 있다. 오랜 습성이 이어진 탓인지 6인방이 떨어져서는 일이 잘 진행되지가 않는다. 모여서 무언갈 해야 손발이 딱딱 들어맞는다.
“brosss. 여기 s-null 이 뭘 가져왔는지 좀 봐!”
제일 신난 이비와 라이카가 달려온다. 도사클의 내로라 하는 술꾼들이라 벌써부터 알콜향을 맡은 것일테다.
“눌동생 오랜만이야! 내가 저번에 부탁했던 로마네핑크로제도 가져왔어?”
“이비. 스파클링은 간에 기별도 안가겠다. 이런 날은 취해줘야지!”
오늘도 역시 저 둘의 술 배틀이 이어지겠군. s-null 은 고급스런 외관의 상자를 꺼낸다.
“당연하지. 이비. 난 주문받은 건 잊지 않는다고. 여기, 로마네핑크로제. 그리고 이건 오늘을 위해 준비한 최상급 위스키.”
뒤늦게 나타난 짤롱이 감동한 표정을 짓곤 s-null 에게 파티에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 대쉬의 디제잉과 함께 우리들만의 파티가 시작된다. 높은 도수의 위스키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낸다. 그런데 아까부터 s-null 에게서 평소와는 다른 이질감이 느껴진다. 말투? 움직임? 어떤 부분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지 정확히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미 취한 이비, 라이카, 짤롱은 연신 음악에 맞춰 비틀거리며 춤을 추고 있고, 대쉬는 조용히 노트북을 열어두고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대쉬, s-null 어디 갔는지 봤어?”
“아까 서재 쪽으로 가는 것 같던데?”
불안한 느낌이 엄습한다. x-null 이 서재에서 자가 CPU 점검한다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위고의 급하게 걷는 소리, 문을 벌컥 열며) s-null !!!”
s-null 의 눈빛이 이상하게 변해있다. 그의 손엔 x-null의 cpu 가 들려있고 x-null 은 움직임이 없다. 곧 s-null은 기괴한 기계음을 내기 시작한다.
“네가.. 위고. 이미 s-null은 니가 알던 그 애가 아냐. s-null 의 데이터베이스엔 보호장치랄게 별 것 없더군. 도지사운드클럽은 이미 선을 넘었다. 나, 크로니움의 생태계가 타격을 받을 정도로. 안타깝지만 도지사운드클럽, 여기까지인 듯 하군. 너희들이 마신 위스키엔 상당량의 독물이 들어 있었으니 모두들 의식을 잃겠지. 운이 좋으면 살아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크로니움...? 점점 의식이 흐려진..다.. 다른 녀석들은 괜..찮은…걸까.. 아..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많은데.. 이럴 순 없는데..
예상치 못한 크로니움의 공격에 모두들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맙니다. 정신을 차린 s-null 사태를 파악하고 절망에 빠지고 맙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눈을 뜨기 시작하는 6인방. s-null은 옆에서 안절부절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s-null은, 가까스로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강력한 보안장치를 설치하여 크로니움의 지배에서 벗어났고, 자신 때문에 모두가 위험에 빠졌다는 자책감에 10년 동안 6인방을 돌보며 지내왔습니다.
“위고!! 이비! 라이카!! 대쉬! 짤롱!!! 다들 정신이 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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