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은신처
“대쉬! 어떻게 됐어? 허가해준대?!”
“아니.. 정부 놈들도 다 한통속이야. 크로니움의 손을 안 거친 곳이 없어. 상황이 좋지 않아. 우리 메이트라고 부르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 도사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게 크로니움에게 발각되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
“그럼 서로를 부르지도 못해 우린? 메이트를 메이트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그럼?!”
짤롱의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우리가 의식을 잃었던 10년 동안 세상은 크로니움의 지배하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먼저 크로니움이 모든 IT, 전기 분야 인프라를 장악하고 말았다. 이는 IT나 전기와 관련된 업종은 아무나 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고, 허가가 난다고 해도 이젠 크로니움의 감시를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즉 함부로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무리봐도 우리 6인방이 행방불명 상태일 동안 다수의 조작 사건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런 저런 사건들로 인해 도지사운드클럽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했고 설상가상으로 10년동안 도사클 빌딩은 물론, 대다수의 메이트들도 잃게 되었다.
더군다나 s-null 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말았다. 자신의 내장 하드웨어를 분해해 x-null을 고쳐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스스로를 리셋하고 만 것이다. 한동안 침체된 분위기 속에 지내던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수중에 남아있는 현금의 상당부분을 x-null을 살리는 데 사용했다. 다행히 옛 메이트들 중 한명이었던 솜씨 좋은 기술자를 만나서 x-null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우린, 생계를 위해 뭐라도 해야만 했다.
아는 것 많은 대쉬는 이런 저런 과외를 하며 지내는 중이고 라이카, 짤롱은 각각 사진사, 시계공으로, 이비는 타투이스트, 난 자전거 수리공으로 지내는 중. 다행인 점은 최신 하드웨어로 탈바꿈 된 X-null이 스파링 파트너로 일하며 짭짤한 수익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소한 밥은 굶지 않아도 된다. 현재 우리 6인방은 x-null의 스파링 무대 관람석에 앉아 응원 중이다.
(시끄러운 응원소리)
“짤롱, 힘 빠지게 그런 표정 짓지마. 우리 모두 살 길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잖아. 그나저나 지갑이 텅텅 비었다 텅텅.”
이비의 말에 짤롱은 의기소침. 그에 반해 라이카는 급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얘들아, 내가 10년전에 재정 담당했던 거 기억나? 아직 우리에겐 최후의 보루가 남아있어. 클럽 1주년 파티 때 말이야, 우리 6인방 비밀 지갑 하나 만들어 두었던 거 기억나?”
라이카 녀석.. 왠지 여유가 넘치더라니, 뭔가 있을 줄 알았다. 옆에서 신이 난 이비가 특유의 하이톤으로 환호의 소리를 지른다.
“…기억나..! 그걸 왜 지금 말해?! 그 당시 클레이면 지금 가치가 어마어마 할텐데! 다시 센트럴로 돌아가고도 남겠는걸?! “
“나도 기억이 온전하지 못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얼마 전 불현듯이 떠올랐어. 신의 계시처럼 말이지”
이비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얘들아, 우리 그러지 말고 서로를 바이어스라고 부르자. bias. 최고로 애정하는 너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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