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포탈 엔진

x-null 과 함께 무사히 원소를 구해온 비보이와 맥스켓은 꽤나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그새 비어베어, 키도, 락로그는 우리와 함께 옥탑에서 지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 녀석들.. 단 걸 아주 좋아한다. 입에 마시멜로우를 잔뜩 묻힌 키도가 말한다.

“비보이! 믹스켓! 이것 좀 봐. 이게 마시멜로우 라는 건데 이렇게 불에 구워서 먹는 거래. 정말 천상의 맛이라니까. 어서 좀 먹어봐.”

“얘네 일주일 동안 벌써 마시멜로우 200개는 먹어치웠어. 이메이트들아. 건강 생각도 해야하지 않겠니?”

대쉬의 말에 다들 한바탕 웃고 만다. 자신들은 반디지털화된 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먹든 신체 스스로 필요에 알맞게 영양분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라이카는 살 찔 일 없어서 부럽다,고 한다. 이메이트들은 축복받은 신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원소 변환 작업이 끝난 비보이는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내게 다가온다.

“어이 위고, 너희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이야? 우리가 뭐 도와줄 거라도 있어?”

드디어, 기다리던 물음이다.

“익히 알다시피 우린 크로니움의 공격에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잠들어 있었어. 잠에 깨어나서 도사클이 어떻게 됐는지 보고 큰 절망에 빠지기도 했고. 그런데 우리에게도 나름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 있었던 거야. 바로 우리 6인방이 만든 비밀 암호화폐지갑. 그 지갑엔 지금 천만클레이가 들어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니모닉 12단어를 기억해낼수가 없어.”

“천만 클레이라면, 도사클을 다시 살리고도 남겠군.”

“맞아. 그 정도 코인이라면 사실상 재기가 가능하지. 그래서 말인데 비보이, 혹시 우리들을 위해 과거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줄 수 있겠어? 과거의 시뮬레이션에 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비보이는 한참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간다.

“불가능한 건 아니야. 하지만 그 정도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선 꽤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할텐데, 괜찮겠어?”

그러자 멀리서 ‘우리는 자전거 타면서 전기 만들어내는 실정인데!’ 라며 이비가 소리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이비.

“흠. 뭐 다른 방법이 없을까?”

비보이는 한참동안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커다란 설계도 하나를 꺼내온다.

“이건 포탈 엔진이라는 것의 설계도야. 우리가 사용하는 대전력 공급장치이자 워프장치이지. 이 장치에 번개를 담으면 너희가 죽을 때 까지 쓰고도 남을 전기를 얻을 수 있을거야. 마침 6월이면 장마철이기도 하니 딱 좋은 시기이지. 너희 6인방, 이거 만들 수 있겠어? 이것만 있으면 시뮬레이션 제작은 식은 죽 먹기지.”

식은 죽 먹기, 이메이트 주제에 별 속담을 다 안다. 엄청난 녀석들이다. 난 희망을 맛 본 느낌이다.

“다 모여!!! 오늘부터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___한달 뒤___

포탈엔진의 기계적 조립은 얼추 끝이 났다. 성인 ADHD 인줄 알았던 이비와 짤롱이 보여준 고도의 집중력은 가히 놀랄만한 것이었다. (잼 통을 들고 싸우고 있는 이비와 짤롱을 보며) 아니, 평소엔 왜저러지? 하여튼 각설하고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반물질을 구하는 것이었다. 반물질 극소량과 번개가 만나 응축된 전기를 생성해 낼 수 있다는데 원리는 아직까지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헌데 크로니움이 지배한 세상에서 그런 걸 어떻게 구하냐고!! 우린 또 하나의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삼일 전 락로그의 사촌이 지구를 지나가면서 극소량의 반물질을 넘겨줬다. 천만클레이만큼 비싼 물질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고 쿨하게 떠났다. 락로그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고맙군, 한마디에 냉큼 받더라니. 하도 식탐이 많아서 핫도그라고 놀리곤 했는데, 지금은 모두 락로그에게 공손해졌다. 알고보니 그 세계, 아이야스의 엄청난 갑부였던 것이다.

“고마우면 마시멜로 500개정도 주던가. 우리 아이야스엔 없다고.”

마시멜로우 공장을 만들지 그래, 라는 x-null 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락로그이다.

이젠 설계가 다 끝났다. 비가 내리는 다음주 월요일만 기다리는 중이다.

-월요일-

우르릉 쾅쾅!!

생각보다 날씨가 거세다. 여기저기서 천둥 번개가 치는 걸 보니 기분이 좋군. 이메이트들은 번개는 조심히 다뤄야 한다며, 포탈엔진을 자신들의 번개수집기 장치위에 올려두고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조그만 녀석들이 옹기종기 모여 번개 수집을 구경하는 모습이라니, 똑똑하고 멋진데 귀엽기까지 하다. 이메이트는 사랑이다.

몇 분 뒤 100년도 더 된 나무 기둥보다도 두껍고 위협적인 번개가 번쩍이며 포탈엔진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은은한 진동과 함께 시동이 켜지기 시작한다. 오로라 같은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이 엔진을 감싼다. 엔진의 상단엔 시계 모양의 이미지가 보인다.

“위고, 사실 한달 동안 비어베어가 과거 시뮬레이션 코드를 짜놨어. 이미 검증까지 마친 상태이고. 엔진도 잘 돌아가는 걸 보니 당장이라도 시뮬레이션에 접속할 수 있을 것 같아. 어서 옥탑으로 돌아가자. 안정된 상태에서 접속해야해.”

옥탑으로 돌아와 우리 6인방은 서둘러 시뮬레이션 접속 준비를 마친다. 조금은 긴장되는 순간이다.

Three. Two. One. access.

Last updated